프린터 기본값도, 회사 문서도, 학교 과제도… 우리는 너무 자연스럽게 A4를 씁니다. 근데 가끔 이런 생각이 들죠. “왜 하필 A4가 표준이 됐지?” 답은 의외로 단순해요. A4는 ‘정확히 접어도 비율이 안 깨지는 종이’라서, 복사·인쇄·제본·보관까지 전부 효율이 좋아졌거든요.
오늘은 A4가 왜 표준인지, 그리고 자주 듣는 이야기인 “A0에서 반으로 접다 보면 A4가 된다”가 어떤 원리인지 쉽게 풀어볼게요.

1) A시리즈의 출발점은 A0: “면적 1㎡”에서 시작
A4가 표준인 이유를 알려면, 사실 A4부터 보면 안 되고 A0부터 봐야 해요. A시리즈는 “가장 큰 종이”를 대충 정한 게 아니라, 기준을 딱 하나 박습니다. A0의 면적을 1㎡로 정한다.
그리고 여기서부터가 진짜 재미있어요. A0를 정확히 반으로 자르면 A1, A1을 반으로 자르면 A2… 이런 식으로 계속 반으로 쪼개면 A4까지 내려오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A4는 “A0를 여러 번 접은 결과”라는 말이 나오는 거예요.
2) 접어도 ‘비율’이 안 깨지는 비밀: √2(루트2) 비율
근데 여기서 의문이 생기죠. 그냥 반으로 자르면 모양이 길쭉해지거나 찌그러지기 쉬운데, A시리즈는 이상하게 반으로 잘라도 ‘같은 모양(같은 비율)’이 유지됩니다.
그 비밀이 바로 A시리즈가 유지하는 가로:세로 비율이 √2:1이라는 점이에요. 이 비율은 종이를 짧은 변 기준으로 반으로 잘라도, 잘린 두 장이 원래 종이와 똑같은 비율을 유지하는 거의 유일한 비율로 알려져 있어요.
그래서 A4를 A5로 접어도, A3를 A4로 줄여도, 인쇄/복사를 할 때 가로세로 비율이 깨지지 않고 딱 맞게 축소·확대가 됩니다. 문서 작업에서 이건 생각보다 큰 차이예요.
3) 그래서 A4가 “업무 표준”이 되기 쉬웠다
회사에서 자주 하는 일을 떠올려보면 답이 보여요. A4로 만든 문서를 A3로 키워 회의 자료로 뽑기도 하고, 반대로 큰 도면을 A4로 축소해 공유하기도 하죠.
A시리즈는 이런 상황에서 계산이 거의 필요 없습니다. 한 단계 위/아래로만 이동하면 되니까요. A4는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이기도 했고, 결국 문서·서류·제본·보관을 한 번에 맞추기 좋은 균형점이 됩니다.
4) 언제부터 이렇게 굳어졌을까? (독일 표준 → 국제 표준)
이 체계는 원래 독일의 종이 규격(DIN 476)에서 출발했고, 이후 국제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ISO 216이라는 국제 표준으로 정리됩니다. “A4가 전 세계적으로 흔한 문서 크기”가 된 건, 이런 표준화 흐름이 쌓인 결과라고 보면 자연스러워요.
5) 그럼 왜 굳이 ‘표준’이 필요했을까? (예전엔 뭐가 그렇게 불편했을까)
지금은 A4가 너무 당연해서 “종이가 다 똑같으면 됐지, 뭐가 불편했을까?” 싶죠. 근데 표준이 없던 시절엔 종이 크기가 제각각이라, 문서를 ‘만드는 순간’부터 ‘보관하는 순간’까지 계속 꼬였습니다. 그 불편은 생각보다 현실적이었어요.
예를 들어, 어떤 문서는 가로가 조금 넓고 어떤 문서는 세로가 조금 길면, 복사할 때마다 문제가 생깁니다. 한 장을 다른 종이에 맞춰 키우거나 줄이면 글이 잘리거나, 여백이 이상하게 남거나, 비율이 깨져서 표가 찌그러져요. 회의 자료를 급히 뽑는데 “오른쪽이 잘렸네?” 하고 다시 출력하는 경험, 이게 표준이 없을 때는 ‘매번’ 벌어졌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보관은 더 심각합니다. 종이 크기가 들쭉날쭉하면 파일철도, 바인더도, 서류함도 전부 맞추기가 어렵죠. 조금만 큰 서류는 파일 밖으로 삐져나오고, 작은 서류는 안에서 흔들려서 구겨지고, 결국 정리해둔 서류가 시간이 지나면 엉망이 됩니다. 회사나 관공서처럼 문서가 쌓이는 곳에서는 이게 곧 공간 낭비와 관리 비용으로 이어졌어요.
배송이나 우편도 마찬가지예요. 문서 크기가 통일되지 않으면 봉투 규격이 계속 늘어납니다. 어떤 봉투엔 들어가고, 어떤 봉투엔 안 들어가서 또 다른 크기의 봉투를 사야 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종류가 늘어날수록 비용과 실수가 같이 늘어나죠.
결국 “종이 크기 표준”은 단지 보기 좋게 맞춘 게 아니라, 인쇄·복사에서 재출력을 줄이고, 보관과 제본을 편하게 만들고, 우편/배송까지 한 번에 정리하기 위한 실용적인 해결책이었습니다. A시리즈가 강했던 건, 이 모든 과정에서 ‘한 단계 위/아래’로만 움직이면 되도록 설계됐기 때문이고요.
정리: A4는 ‘관습’이 아니라 ‘접어도 안 깨지는 설계’다
A4가 표준이 된 건 “그냥 많이 써서”가 아니라, A0(1㎡)에서 시작해 반으로 접고 잘라도 규칙이 유지되고, 확대/축소/복사를 해도 비율이 깨지지 않는 구조였기 때문이에요.
다음에 프린터에서 A4를 볼 때, 그건 단순한 종이 크기가 아니라 “업무와 인쇄를 편하게 만든 수학적 약속”이라고 생각해보면 은근히 재밌게 보일 거예요.
※ 참고: 이 글은 종이 규격의 배경을 설명하는 목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