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는 너무 익숙해서, 사실 한 번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라고 하지?” “왜 자꾸 바꾸라고 했지?”를 깊게 생각할 일이 없죠. 그런데 더 웃긴 건, 요즘은 또 “자주 바꾸지 말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는 거예요. 대체 뭐가 맞는 걸까요?
오늘은 비밀번호 규칙이 왜 빡세졌는지, 그리고 왜 최근에는 방향이 바뀌었는지를 쉽게 풀어볼게요. ‘보안 강의’처럼 어렵게 말하기보다, “아 그래서 이렇게 굳어진 거구나” 하는 납득이 되게요.

1) 비밀번호의 시작은 생각보다 오래됐다 (1960년대 초)
비밀번호는 스마트폰 시대에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에요. 1960년대 초, 컴퓨터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는 ‘시분할 시스템’이 등장하면서 “내 작업/내 파일을 구분해 잠그는 방법”이 필요했고, 그때 비밀번호로 계정을 구분하는 방식이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초기의 비밀번호는 지금처럼 “특수문자 넣어라, 90일마다 바꿔라” 같은 느낌이 아니었어요. 그냥 “남이 내 계정에 못 들어오게 하자”는 최소한의 잠금장치에 가까웠죠.
2) ‘로그인=비밀번호’가 생활이 된 시기 (80~90년대)
80~90년대에 네트워크와 온라인 서비스가 퍼지고, 초기 웹까지 등장하면서 “접속해서 로그인한다”는 문화가 대중화됩니다. 이때부터 비밀번호는 더 이상 컴퓨터 매니아들만 쓰는 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매일 쓰는 ‘입장권’이 되어버려요.
문제는 사용자가 늘수록, 공격 시도도 같이 늘어난다는 거예요. 누군가가 장난삼아 남의 계정에 들어가 보려는 수준이 아니라, “한 번에 많이” 가져가려는 시도가 생기기 시작하죠. 그때부터 조직들은 점점 더 강하게 말합니다. “쉽게 만들지 마.”
3) 왜 ‘복잡도’와 ‘주기 변경’이 정답처럼 굳었을까? (2000년대 기업 문화)
특히 2000년대 들어 기업/기관에서 보안 사고가 늘고, 내부 규정이 ‘정책’으로 굳으면서 비밀번호는 갑자기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두 가지가 사실상 정답처럼 퍼져요.
첫째, 복잡도 규칙입니다. 대문자·소문자·숫자·특수문자 섞으라는 거요. 한마디로 “추측하기 어렵게 만들어라”죠.
둘째, 주기적으로 바꾸기입니다. 30일, 60일, 90일… 정해진 주기마다 비밀번호를 바꾸게 하는 방식이에요. “설령 뚫렸더라도 오래 못 쓰게 하자”라는 논리였죠.
그 시절에는 이 방식이 꽤 그럴듯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가 드러났어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분위기가 바뀝니다.
4) 그런데 왜 최근에는 “자주 바꾸지 말라”는 말이 나올까? (2017년 이후 흐름)
2017년 이후로 오면서, 큰 방향이 하나 생깁니다. “규칙을 더 세게”가 아니라, “사람이 망가지는 규칙이면 오히려 위험해진다”는 쪽이에요.
예를 들어 주기 변경을 강제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람은 대체로 이렇게 합니다.
예전 비번이 Spring2025!였으면, 다음은 Spring2026!로 바꾸거나, 뒤에 숫자만 +1 해서 Spring2025!2 같은 식으로요. 본인은 “바꿨다”고 느끼지만, 공격자 입장에서는 패턴이 너무 예측 가능해집니다.
복잡도 규칙도 비슷해요. 사람이 억지로 복잡하게 만들면, 결국 기억이 안 나니까 메모지/메모앱에 남기거나, 여러 사이트에 같은 비번을 재사용해버려요. 결국 규칙이 강할수록 “실제 사용 습관”이 더 위험한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최근 보안 가이드라인 흐름은 대체로 이쪽으로 갑니다.
“주기적으로 바꾸게 하지 말고, ‘유출/의심’이 있을 때 바꾸게 하자.”
“짧고 복잡한 비번보다, 길고 자연스러운 비번(문장형)이 낫다.”
5) 그럼 지금(2020년대~)은 뭘 하면 가장 현실적으로 안전할까?
요즘(2020년대~) 보안의 핵심은 “내가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시스템을 어떻게 설계하느냐” 쪽에 더 가까워요. 그래서 현실적으로 효과가 큰 순서대로 말하면 이렇습니다.
1) 사이트마다 비밀번호는 다르게
하나가 털리면 줄줄이 뚫리는 상황을 막는 게 1순위예요. “내가 외우기 쉬운 한 개”는 편하지만, 위험은 그 편리함만큼 커집니다.
2) 짧고 복잡한 조합보다, 길게
특수문자 하나 넣느라 머리 쥐어짜는 것보다, 단어를 여러 개 이어 붙인 긴 비밀번호(문장형)가 실제로는 더 강한 경우가 많아요. 길이는 그 자체로 방어력이 됩니다.
3) 가능한 곳은 2단계 인증(MFA)
비밀번호가 새는 상황을 ‘완전히’ 막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비밀번호 말고 추가 잠금장치를 얹는 게 실전에서 강합니다.
4) “정기 변경”은 ‘의심 상황’이 있을 때만
기계적으로 매달 바꾸는 것보다, “유출 알림을 받았거나, 이상 로그인 알림이 왔거나, 같은 비번을 쓴 사이트가 털렸거나” 같은 상황에서 빠르게 바꾸는 쪽이 더 합리적이에요.
결론: 비밀번호 정책이 바뀐 게 아니라,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거다
정리하면 이래요. 예전에는 “복잡하게 + 자주 바꿔”가 최선처럼 보였고, 실제로 그 시대에는 일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규칙이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결국 패턴화/재사용/메모 같은 더 위험한 습관을 만든다는 게 드러났죠.
그래서 최근에는 “억지로 복잡하게 만들게 하지 말고, 길게 만들고, 재사용을 막고, 추가 인증을 붙이자”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 겁니다.
다음에 비밀번호 변경 안내가 뜨면, “또 귀찮게 하네”로 끝내기보다 “이 규칙이 나를 더 안전하게 만들고 있나?”를 한 번만 생각해봐도 좋아요. 보안은 결국, 내가 매일 쓸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돼야 오래 갑니다.